무브투언(M2E), 그러니까 걸으면서 돈을 번다는 최신 코인 트렌드를 이끄는 스테픈의 주요 가상자산인 GMT와 GST가 급락했습니다. 운동화 NFT의 가격도 추락했구요. 최근 탈중앙화 금융과 P2E 등 여러 가상자산 모델을 두고 폰지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 스테픈도 과연 그런 것일까요?
이번 스테픈의 가격 하락의 이유로 크게 두가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솔라나에 이은 바이낸스 체인으로의 확장에 따른 가격 차이입니다. 스테픈은 메인넷으로 솔라나를 쓰다 바이낸스 NFT 마켓에서의 한정판 판매를 계기로 바이낸스 체인까지 확장했는데요. 문제는 스테픈의 운동화 NFT와 보상 코인인 GST의 가격이 두 체인 간 10배 가까이 난다는 것입니다. 이를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바이낸스 체인에서 운동화 NFT를 대량으로 민팅해 수익을 거두는 방법이 공유되면서 신발 공급이 늘어나 가격 하락을 부채질한 것이죠. 여기에 솔라나 기반 운동화 NFT가 대거 활용되면서 역시나 한번 쓰고 되파는 매물들이 나오면서 가격이 동반 하락했습니다.
또다른 이유는 바로 중국에서의 서비스 중단 소식입니다. 스테픈 운영사는 7월 16일부터 중국 대륙 사용자들의 GPS, IP 위치 추적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스테픈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가뜩이나 매도가 우위인 시장에 중국 사용자들의 매물이 추가되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일각에서는 스테픈의 토큰 경제, 서비스 모델이 결국은 이런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M2E, 즉 만보기의 블록체인 버전이지만 사실은 운동화 두켤레를 결합해 새 운동화를 민팅해 파는 것이 사용자들의 주 수익원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이 경우 운동화를 사줄 새로운 사용자가 유입되지 않으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때문에 가격 하락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 됩니다. 바로 이런 게 폰지와의 공통점인 것이구요. 스테픈 측에서는 향후 공개할 추가 방안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평판 손상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이미 테라가 잘 보여준 바 있습니다. 스테픈의 현명한, 지속성 있는 대책 마련을 기대합니다.
◼︎ 스테이블 코인 대체하겠다는 중앙은행의 야심찬 시도
테라의 몰락으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가운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스테이블 코인을 대체하겠다는 시도가 지속돼 눈길을 끕니다. CBDC는 애초 가상자산 간의 교환 수단인 스테이블 코인과는 다른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됐지만 최근들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서입니다.
CBDC 진영에서는 일찌감치 스테이블 코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미국 디지털 달러가 발행된다면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단속과 병행해 디지털 위안의 활성화에 나서기도 했구요. 이처럼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 당국들은 CBDC이 가상자산을 대체할 가능성을 계속해서 제기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CBDC와 가상자산,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은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익명성입니다. CBDC는 태생부터 정부, 중앙은행 출신이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신원인증(KYC)을 기본값으로 부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통용되는 현금 또는 지폐가 위변조 이외의 식별 방법이 없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저변에 깔려 있는 사이퍼펑크(cypherpunk)와도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따라서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양자의 공존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들이 그에 걸맞는 신인도를 확보해야겠죠. 테라의 UST가 10분의 1토막이 나고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도 가격 이탈이 수시로 일어나는 현 상황에서는 향후 등장할 CBDC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USDT, USDC, BUSD과 같은 여러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들도 작금의 상황을 유념해 신인도 확보에 노력해주길 촉구합니다.
◼︎ 루나2 출범, 모럴 해저드인가 피해보상 노력인가
루나2, 그러니까 테라 2.0 프로젝트가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여러 질타와 비판,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가 표결에 붙인 테라 2.0 제안이 높은 찬성율로 통과했습니다. 바이낸스, FTX를 비롯해 빗썸, 업비트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새로운 루나2 코인의 에어드랍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패를 책임지지도 않고 새 코인을 발행하는 모럴 해저드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코인으로 기존 테라 피해자들이 최대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고육지책일까요.
언뜻 보면 가상자산 업계가 테라 2.0 프로젝트를 앞다퉈 지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에어드랍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사실 이 에어드랍은 테라 2.0의 지원 선언이 아니라 울며 겨자먹기에 가깝습니다. 테라폼랩스에서 기존 루나, UST 보유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에어드랍은 거래소들의 보유 물량도 해당됩니다. 거래소들의 보유 물량은 당연히 거래소 이용자들의 보유 물량이구요. 따라서 거래소들은 나중에 거래소 이용자들에게 소송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에어드랍 물량을 배분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한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요.
거래소들의 에어드랍 지원을 제외하면 테라 2.0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싸늘합니다. 기존 테라에 물려있는(?) 투자자와 디앱, 생태계를 볼모로 재기를 모색한다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테라 2.0 제안은 루나 보유자가 아닌 커뮤니티 대상 투표에서는 90%에 가까운 반대를 받았거든요. 오로지 조금이라도 손실을 보상받기 위한 기존 보유자들, 이른바 루나틱이라고 불리는 투자자들의 찬성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심정은 당연히 이해가 가고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들을 볼모 잡듯이, 그리고 프로젝트의 실패 이후 스스럼없이 포크를 통해 새로운 체인을 내놓고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게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는 기존 테라 운영 주체들의 행태입니다. 이럴수록 가상자산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낮아지고 평판은 금이 갈수밖에 없습니다. 산업과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려면 성장과 발전 뿐 아니라 신뢰와 합의도 함께 해야 함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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