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가 폭락하고 스테이블 코인인 UST의 가격이 1달러를 한참 밑도는 0.0X달러 수준에 머무르면서 테라의 메인넷 운영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루나와 테라의 개발, 운영사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가 테라의 부활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기존 테라 체인은 테라 클래식으로 놔두고 이번 사태의 원흉인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없는 새로운 체인을 만들어 '테라'로 재명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테라 커뮤니티의 반응은 싸늘한 상태입니다.
이처럼 차가운 반응을 얻는 이유는 루나 폭락 사태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2년 금융 위기의 원흉이 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비교될 정도로 파장이 큰 이번 폭락이 쉽게 마무리될 리는 만무합니다. 아무리 가상자산이라고 해도 수십조원이 허공으로 증발한 사건이라면 법적, 사회적, 경제적 여파가 어마어마할 테니까요. 벌써부터 이번 사태와 관련한 여러 곳들, 테라폼랩스를 포함해 가상자산 거래소와 기타 다른 참여 주체들에 대한 소송 여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같은 법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가장 우선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권도형 대표의 행보는 이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입니다. 물론 새로운 테라 부활 제안이 기존 루나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 이전에 사회적 신용의 붕괴를 초래한 것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재발 방지, 책임 의지, 그리고 보상에 초점을 둔 결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현재 새로운 테라 부활 제안에 대한 반응은 25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리고 있으며 부정적인 내용이 상당수를 채우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테라 사태를 과거 이더리움을 위기에 빠뜨렸던 더다오 해킹 사태와 비교하면서 재기의 가능성 등을 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다오 사태와 이번 테라 사태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더다오 사태는 탈중앙화의 근간을 논할 만큼 깊이 있는 토론과 공방 끝에 커뮤니티의 지지에 기반한 결단이 있었지만 현 테라 사태에는 실패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커뮤니티에 기반한 제안 마련 등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도 권도형 대표의 TFL 중심으로 이른바 테라 2.0이라는 새로운 체인에 대한 디파이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고 있구요. 그에 따른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미 물이 담긴 독은 깨졌지만 독의 구멍을 메우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물을 채우는 행위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촉구합니다.
◼︎ 이더리움 가스비, 테라 몰락으로 새로운 레이어1 찾아 나선 프로젝트들
테라의 몰락, 그리고 고질적인 문제인 이더리움의 높은 가스비 때문에 최근 새로운 레이어1 네트워크를 찾아 나선 프로젝트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일단 테라를 메인넷으로 이용하던 디앱, 즉 응용 서비스 프로젝트들은 거의 모두 이전을 발표했구요. 게으른 유인원들의 요트 클럽(BAYC)의 개발사인 유가랩스도 메인넷을 이더리움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결정했습니다.
현재 테라에서 다른 레이어1 프로젝트로 이전을 발표한 곳은 컴투스가 대표적입니다. 컴투스의 게임 플랫폼인 C2X는 테라 사태가 터진 지 얼마 안된 지난 13일 테라 메인넷을 포기하고 다른 메인넷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국내 대다수 게임 플랫폼들이 카카오의 클레이튼을 메인넷으로 선택한 데 비해 C2X는 테라를 선택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국내외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게임 플랫폼인 만큼 다음 행보에 블록체인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무브 투 언(M2E)의 기대 주자인 코인워크도 테라 대신 새로운 메인넷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BAYC의 개발사이자 에이프코인의 발행사인 유가랩스가 메인넷 이전 선언을 했습니다. 유가랩스는 크립토펑크, 미비츠 인수에 이어 에이프코인의 성공적인 발행, 그리고 메타버스인 아더사이드의 랜드 판매 등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입니다. 처음에는 이더리움을 메인넷으로 활용했지만 아더사이드 랜드 판매시 발생한 고액 가스비 논란 등 때문에 좀 더 저렴하고 빠른 메인넷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발란체와 플로우가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구요, 이사회에 애니모카브랜드와 FTX의 임원이 포함돼 있어 솔라나 등 관련 블록체인도 물망에 오른 상태입니다. 새로운 레이어 1 대륙을 찾아 항해를 떠난 프로젝트들이 개척에 성공하고 큰 결실을 거두길 바래봅니다.
◼︎ 개인 투자자, 잇단 해킹과 급락으로 가상자산 시장 떠난다
최근의 잇단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의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지난 1분기 가상자산 거래량이 전 분기 대비 44% 줄어든 3090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같은 감소세를 주도한 것은 리테일 투자자, 즉 개인 투자자인데요.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량은 무려 58%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이같은 분석은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인 크립토퀀트에 의해 공개됐습니다.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위의 코인베이스의 거래량이 기록된 표를 트위터에 게시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크립토 시장을 떠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축적은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즉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내다 파는 상황은 아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우려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이같은 시장 위축을 걱정해야 할 요인은 차고 넘칩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터진 해킹 사고만 해도 부지기수이고 최근의 루나 폭락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비견될 만큼 큰 충격을 주는 사건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탈중앙화 금융,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을 지지하는 주요 축 중 하나인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최악의 악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충격을 극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업계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도 극복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가상자산 시장의 큰 수익보다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을 믿고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태를 발판으로 보다 탄탄하고 바른 시장의 성장과 고도화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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