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엠블록레터의 김디터입니다.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다소 소강기에 접어든 가상자산 시장입니다.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해킹 사건은 또다시 발생해 언론과 SNS를 뒤덮고 있으며 이더리움 머지 이후 높아진 검열, 중앙화 우려도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을 모색하려면 굵직한 계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이더리움의 가격은 머지 직전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추세죠. 많은 투자자들이 머지 이후 이더리움의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으니까요. 하지만 ETHW 분리 등 여러 이벤트를 겪은 이더리움이 분위기를 수습하고 본 궤도에 안착하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후 공급량 감소에 따른 가치 상승이 제대로 반영될지를 따져봐야겠습니다.
이 시잠에서 가장 큰 변수가 바로 검열과 중앙화입니다. 지분증명(PoS)을 두고 높아지는 미국 금융 당국과 이더리움 진영간의 갈등이 잘 수습되지 않는다면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시장은 잠잠하지만 미래 방향을 결정지을 변곡점이 발생할수도 있는 만큼 면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다같이 살펴보시죠.
이더리움은 증권, 비트코인은 상품 규제 받나?
지금 미국에서는 가상자산의 규제 주무기관 자리를 놓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간 공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주 미국 국회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과 로스틴 베넘 CFTC 위원장은 각각 출석해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 각각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이들의 의견에는 다소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큰 줄기는 자신들이 규제 주무기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SEC의 주장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습니다. 투자 여부를 판별하는 '하위 테스트'에 의해 증권으로 판별되면 SEC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겐슬러 위원장은 대다수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판별될 가능성이 높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머지 업그레이드로 합의 알고리즘을 PoS로 전환한 이더리움에 대해서는 PoS 블록체인은 투자계약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SEC가 관리할 수 있다고 지목하기도 했죠.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합의 알고리즘이 PoS로 나아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다수 암호화폐는 SEC의 규제 하에 있어야 한다는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CFTC의 입장은 이와 다릅니다. 증권이 아닌 상품인 경우에는 CFTC의 소관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는 특히 비트코인에게 해당되는데요. 비트코인의 운영 주체를 특정짓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규제 기관이나 금융투자업계에서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규제 주무기관은 당연히 CFTC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이럴 경우 규제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불균형의 해소 등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투자자 보호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모두 가상자산 시장에 속합니다. 이 시장을 두 주무기관이 나눠서 관장한다는 것은 규제의 복잡성과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때문에 제3의 기관을 설립해 규제를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국내도 마찬가지구요. 두 기관의 알력 싸움, 그리고 그에 이은 규제의 불확실성 해소가 가급적 시장의 성장에 저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물론, 시장의 불균형과 투자자 보호는 확실하게 지키면서요.
가상자산 수탁 시장에 뛰어든 나스닥
가상자산 수탁은 타인의 가상자산을 맡아 대신 관리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아주 쉽게 말해 현금을 은행에 예금하는 것도 일종의 수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금다발을 집에 보관할 경우 분실, 도난과 화재 등으로 인한 손실 위험이 있는데 은행에 예금함으로써 이같은 우려를 덜 수 있습니다. 물론 은행은 현금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예금자에게 이자를 지불하지만 위탁하는 자산의 종류에 따라 수탁 서비스의 댓가를 받기도 합니다. 가상자산처럼 보관과 관리가 까다로울 경우에는 당연히 서비스 비용이 높고 그에 따른 이윤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수탁회사들이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진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계 2위 규모의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이 뛰어들었습니다. 나스닥은 최근 디지털 자산 사업부를 설립하고 수탁 사업에 나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사업부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부사장이었던 아이라 아우어바흐가 총괄합니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자금 세탁 등 범죄 위협을 막고 제값에 사고 팔 수 있는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발표 내용만 보면 다른 금융회사들과 유사해 보이지만 나스닥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면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금융투자시장에서 수탁은 사실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종이 형태의 주식 증권은 예탁결제원에서 보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스닥이 가상자산 수탁에 나선다는 것은 예탁결제원처럼 투자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보관 업무를 수행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단 나스닥의 가상자산 수탁 업무가 활성화된다면 가상자산 매매 시장에 기존 금융투자시장의 기관 투자자들이 진입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수도 있겠습니다. 예탁결제원이 종이 증권을 보관하고 보증함으로써 다른 증권 거래 업무가 전체적으로 디지털화돼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등이 활성화되는 것처럼요.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 관점에서 가상자산을 다루는 데 필요한 주춧돌 중 하나로 역할을 하길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