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엠블록레터의 김디터입니다. 이더리움이 2년 전 비콘체인의 런칭 이후 이를 기존 이더리움과 합병하는 머지 업그레이드를 지난 15일 단행했습니다. 이번 업그레이드로 이더리움은 합의 알고리즘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뀌는 대격변을 맞이하게 됐는데요. 이같은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업그레이드 이후 블록 생성이 원할하게 이뤄짐에 따라 머지 업그레이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의외의 곳에서 불거지기 마련입니다.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 보유 지분으로 결정되는 검증자의 중앙화 우려, 그리고 간밤에 나온 미국 금융 당국의 PoS 블록체인의 증권 판정 가능성 언급 등 기술적인 이슈보다 규제나 운영 관련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블록체인 네트워크 특유의 하드포크로 PoW 합의 알고리즘을 유지하는 새로운 이더리움 버전들이 잇달아 등장해 혼란을 주고도 있습니다. 네트워크 중단에 대한 불안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불안 요소가 등장한 이더리움 진영을 당분간 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 물론 이보다 백배는 더 불안해 보이는 메타콩즈 머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겠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더리움 머지보다 백배는 더 불안한 메타콩즈 머지
가상자산 업계가 이더리움 머지로 들썩거리는 와중에 국내 대체불가토큰(NFT) 업계는 또다른 머지로 소란스럽습니다. 바로 메타콩즈 머지인데요.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메타콩즈 운영진 퇴진 요구로 이두희 대표가 운영하는 멋쟁이사자처럼이 메타콩즈를 인수, 그러니까 머지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단락 됐나 했지만 또다른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메타콩즈 소속 직원들이 임금 체불로 암울한 추석 연휴를 보냈다는 소식과 함께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의 현 경영진 책임 발언, 그 이후 메타콩즈의 이두희 대표 횡령 혐의 고소 등이 이어지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을 잘 살펴보면 핵심은 메타콩즈의 신규 프로젝트인 LGO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메타콩즈는 메인넷을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이전하면서 신규 프로젝트인 LGO를 내놓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기대에 못미친 결과를 거두면서 LGO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이두희 CTO, 이강인 CEO, 황현기 COO 등 경영진들이 이견을 보였고 이는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운영진 퇴진 요구의 발단을 제공하기도 했죠.
이번 임금 체불, 횡령 논란도 LGO와 맞닿아 있습니다. 메타콩즈에서는 이두희 CTO 겸 멋쟁이사자처럼 대표가 LGO 판매 대금 및 수수료를 임의로 가져갔으며 이 때문에 임금 지불을 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반면 이두희 대표는 해당 대금을 다른 데 유용하지 않았고 그대로 보유중이기 때문에 횡령 배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멋쟁이사자처럼에서 메타콩즈에 임금 지급을 위해 약 5억원을 뒤늦게 이체하기도 했습니다.
이더리움 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보통 기술적인 우려가 많습니다. 하지만 메타콩즈 머지는 그보다 회사와 조직, 운영과 수익, 그리고 법적인 우려가 훨씬 더 크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우려는 과연 메타콩즈, 그리고 새로운 머지의 주체인 멋쟁이사자처럼에게 긍정적일까요? 그럴 리가 없겠죠? 그리고 메타콩즈를 위시한 여러 NFT들은 이같은 혼란 속에서 어떤 가치 평가를 받을까요? NFT의 가치는 보유자들과 커뮤니티에서 나온다는 점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회사가 보유중인 가상자산을 다른 주주들을 속이고 임의로 이체한 경우 사기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판례가 국내에 존재합니다. 메타콩즈 머지의 관계자들은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머지 성공한 이더리움, 검열과 규제 위협 급부상?
머지 업그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더리움에도 뜻밖의 우려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머지 이전부터 제기됐던 검열과 함께 중앙화, 그리고 규제 위협인데요. 엠블록레터 구독자라면 검열 이슈는 이전에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 익명화 서비스인 토네이도캐시를 불법적인 자금 세탁에 사용된다는 이유로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올리면서 이더리움 2.0의 검증자들이 대거 제재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 격으로 미국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이더리움의 규제 가능성이 포함된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PoS 합의 알고리즘에 대한 것인데요. 그는 PoS를 적용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투자 계약과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SEC의 관리 감독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지분증명의 경우 해당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는 코인을 보유한 검증자에게 블록 생성, 검증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를 증권의 판별 기준인 하위 테스트에 따라 투자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겐슬러 위원장 역시 하위 테스트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특정 코인을 지목하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누가 봐도 머지 업그레이드를 적용한 이더리움을 염두에 둔 것이겠습니다.
여기에 머지 업그레이드를 두고 일부에서 조심스레 제기했던 중앙화 우려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 머지 이후 생성된 블록에 대한 보상의 40%가 라이도 파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두 곳에게 돌아갔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후 머지 이전의 이더리움도 소수의 채굴 풀이 블록 생성 보상을 독점했지만 중앙화 우려는 없었다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PoS는 PoW에 비해 중앙화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머지 이후 제기되는 몇가지 우려에 이더리움 진영이 잘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더리움 킬러를 표방한 다른 레이어1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더리움이 PoS로 날개를 달 것인지, 의외의 문제에 봉착할 것인지는 보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