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코인 시장 규제가 철을 맞았습니다. 올해 들어 전세계적으로 코인 관련 규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장장 3년을 끌어온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 포괄 규제법안인 미카(MiCA)가 지난 4월 유럽의회에서 최종 의결된 데 이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SFC에 의해 면허가 제공되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의 규제 요구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 규제를 6월 1일부터 전격 시행합니다.

두 규제는 모두 가상자산 사업자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법 자금과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한 트래블룰도 포함하고 있구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주 거래 수단인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도 적용돼 있습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라이선스인 VASP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미카에서는 가상자산 발행과 관련한 규제가 포함돼 있고 홍콩 규제에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보다 배격에 무게를 싣는 등 차이가 있지만 가상자산 사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항목이 규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카 입법 이후 유럽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투자가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구요, 홍콩 규제가 시작되는 6월 이후 중국발 코인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인 미국에서 일어나는 규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선 단속, 후 정립과 선 정립, 후 단속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상자산 시장 규제는 크게 세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가 투자자 보호, 두번째가 시장 안정, 세번째가 산업 진흥입니다. 투자자 보호는 말 그대로 투자자들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사기나 기타 부정행위에서 보호받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투자에 필요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급되어야 하며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처벌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두번째 시장 안정은 불확실성을 낮추고 지나친 변동성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시스템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조치들이 포함됩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정과 심사, 불공정 거래 제재나 고객 자산과 사업자 자산과의 분리 등도 이에 포함됩니다.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규제들도 해당됩니다.

마지막인 산업 진흥은 가상자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것입니다. 가상자산 발행에 대한 지원 등이 포함됩니다.

현재 전세계 규제는 대다수가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시장 안정, 산업 진흥까지 나아갈 정도로 투자자 보호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유럽, 홍콩의 규제는 시장 안정의 내용도 상당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이드라인 형태로 전달함으로써 가상자산 회사들이 규제를 지킬 경우 안심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현 코인 규제는 단속 일변도죠. 특히 올해들어 작년 FTX 파산 때문인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주축으로 전방위 단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크라켄,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팍소스 등 굵직한 기업들이 단속의 대상이 됐으며 시장 영향도 상당합니다.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요.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트래블룰을 적용하고 가상자산 사업자(VASP) 라이선스 제도를 시행했지만 투자자 보호는 이제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금법 개정안으로 전세계 코인 규제를 선도했다는 평가는 유럽, 홍콩의 규제 신설로 과거가 됐습니다. 현재는 미국과 유사하게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 주도로 코인 관련 문제를 파헤치는 상황입니다.

물론 불법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과 댓가를 치뤄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규제가 판례를 찾아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수사와 별개로 가상자산 관련한 규제가 빠르게 진행돼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주길 기대합니다. 이미 해외 선례도 있으니 속도감있게 추진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