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플스토리 꺼내든 넥슨의 블록체인 전략, 거래소보다 메타버스로
게임 업계에 다시 한번 블록체인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게임사죠, 넥슨이 이번주 개최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블록체인 진출 선언을 했습니다. 그것도 핵심 게임인 메이플스토리를 통해서요.
여기서 잠깐 메이플스토리를 정리해볼께요.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첫 출시된 MMORPG 장르의 게임으로 올해 서비스 19년을 맞는 대표적인 장수 게임 중 하나입니다. 수명만 보면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게임이 리니지 정도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메이플스토리는 오랜 기간 동안 수명만 이어왔다고 보기가 어렵구요, 2020년까지도 꾸준히, 아니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고 할 수 있을만큼 오랜 기간 동안 계속해서 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포브스 코리아가 작년에 선정한 파워 경제 유튜버인 중년게이머 김실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직도 쌩쌩한 현역인데다가 대표작이기까지 한 게임을 꺼내든 넥슨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바로 블록체인에 그만큼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겠죠. 일단 100%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엔씨소프트에서도 대표 게임인 리니지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쏟아지는 블록체인 게임 향연에도 조용히 와신상담하던 넥슨이 판세를 일거에 뒤엎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넥슨이 꺼내든 블록체인판 메이플스토리도 다른 블록체인 게임들과 뭔가 다릅니다.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게임 플랫폼, 그리고 플랫폼 코인이란 말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구요. ICO나 NFT 프리세일과 같은 말도 전혀 없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가상세계, 그리고 자유로운 창작이라는 개념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를 위한,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게임과 서비스, 생태계라는 설명과 함께요.
이는 네이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라인 링크의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링크도 라인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보상 개념으로 코인을 제공한다는 토큰 이코노미에 따라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었습니다. 링크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폐쇄성이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이념과 맞냐는 비판도 많았지만 현재도 이같은 노선은 계속해서 지켜지고 있습니다. 넥슨도 거래소를 통한 코인과 NFT의 매매보다는 이를 수단으로 삼아 이른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게이머 만족을 높이고 그에 따른 게임 이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넥슨은 이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얘기 또한 하나도 꺼내지 않았고 오로지 NFT를 매개체로 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치라는 것은 거래 상대방 또는 시장의 합의에 의해 설정됩니다. 합의라는 것은 다수의 동의에 기반한 것이니 자유와는 일부 상충되는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넥슨이 그려내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가 이같은 자유와 동의의 시스템을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다른 게임들이 모범 사례로 꼽을만큼 훌륭한 그림을 그려주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