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2만5천달러만 되면 망치로 맞은 것처럼 떨어지는 양상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데요. 고점에 집중된 수익 실현 매물 때문에 양호한 투자심리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럴 때 투자 업계에서는 시장이 상승을 위한 동력을 축적하고 있다고 표현을 합니다. 저항선을 상향 돌파하면 탄력을 받아 고점을 쭉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계단식 상승이지요.
상승을 기대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는데 바로 중국발 호재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알아볼텐데요. 이 때문에 중국 관련 알트코인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가 비트코인까지 이어진다면 삼전사기인 2만5천달러 돌파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이란 희망회로를 가동해 봅니다.
미국발 규제 강화에 숨죽이던 코인 시장이 실로 오랫만에 중국발 소식에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바로 홍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코인 거래를 허용할 것이라는 소식인데요. 중국에서 처음으로 코인 거래를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로 관련 코인들 위주로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한 적이 지금까지 전무했습니다.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을 대대적으로 제재하겠다는 발표만 줄기차게 내놓았었죠. 결정타는 지난 2021년 9월 인민은행 주도로 공안국, 최고인민검찰 등이 함께 내놓은 암호화폐 제재 고시였습니다. 이후 채굴자를 포함한 중국 내 암호화폐 관련 회사들은 거의 모두 해외로 이전했고 OKX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모두 해외로 본사를 옮겼습니다. 중국 크립토 산업의 암흑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죠. 이 여파로 전세계 채굴 산업도 중국 중심에서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중국에서 암호화폐 관련해 유화적인 제스처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1년 넘게 지속된 암흑기로 암호화폐 시장이 고사되자 중국에서 가장 크게 우려했던 지하 자금의 이동이나 세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따라서 규제를 완화해도 부작용이 커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진 것이죠.
중국 규제 완화의 시작은 홍콩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작년 말 개인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최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발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돼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홍콩 증선위는 국내와 유사한 가상자산 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오는 6월부터 도입하는데요. VASP 승인을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개인 투자자들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당초에는 전문 투자자들만 허용할 방침이었지만 그 폭을 더 넓히는 것이죠.
현재 VASP 라이선스가 시행되는 곳은 한국을 필두로 두바이 정도에 그칩니다. 여기에 홍콩이 합류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비록 제한적이지만 중국을 떠났던 중국 관련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홍콩에 다시 돌아와 내국인들을 상대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네오, 퀀텀 등 중국 기반 코인들이 일제히 급등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규제에 열을 올리는 미국 금융 당국과는 상반된 행보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 팍소스, 그리고 해묵은 사건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비록 규제에 대해 불확실성 해소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미국의 규제 추세에 대응해 암호화폐 시장이 아시아에서 활황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의 창업자이자 암호화폐 업계의 큰손인 카메론 윙클보스는 다음 암호화폐 상승장이 아시아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번 홍콩 규제 완화 보도 이후 트론의 창립자 저스틴 썬도 후오비가 홍콩에서 VASP 라이선스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후오비 본사도 현 싱가포르에서 홍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교적 갑자기 등장한 중국발 호재로 코인 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지만 그 영향은 아직 속단하긴 어렵습니다. 중국 코인 규제는 2021년을 기점으로 기반 생태계까지 뿌리째 흔들어놓았기 때문에 이번 일회성 허용만으로 규제 이전에 활황세를 보였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세계 2위인 중국 경제 규모와 함께 디지털 위안화와 결합된다면 그 파괴력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디지털 위안화는 이미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시범 사용을 거쳐 중국 내 일상에 상당히 많이 침투해 있습니다. 홍콩 정계에서도 디지털 홍콩 달러를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발행하는 방안에 대한 발언이 최근 나온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중국발 호재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전체 코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기보다 중국 내 코인 생태계 복원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해석하는 것이 바림직해 보입니다. 일차적으로 중국 관련 코인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구요, 이후 생태계 확장에 따라 다른 코인에도 여파가 확산되겠죠. 비트코인 2만5천달러 회복을 멱살잡고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시장의 온도를 1도 정도는 높여놓을 호재임은 분명합니다. 앞으로도 중국, 그리고 홍콩 금융 당국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