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부 개척시대에 준하는 약육강식의 무법지대였던 코인 시장에 질서와 규율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외부 기관에 의한 규율로는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 거래법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구요, 내부적인 질서 확립으로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중심으로 한 유통 시장에서의 자율 규제가 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루나, FTX 사태를 감안한다면 이같은 규제는 당연한 것이지만 발행 시장, 그러니까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규제의 대상으로만 규정하고 논의에 참여시키지 않으면 이 또한 시장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투자자 보호를 우선하되 시장 안정, 산업 육성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주길 바랍니다.
컴투스의 엑스플라, 메디블록 등 국내 코인 프로젝트들이 위믹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유통량 등 잇단 정보 공개에 나섰습니다. 투자자 보호의 핵심 중 하나인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아직 좀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컴투스의 블록체인 메인넷인 엑스플라는 이날 코인 유통 물량을 실시간에 준하는 수준으로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유통량 공시 등이 기술된 투명성 보고서를 발표하고 코인 보유자에 대한 정보 균형성 유지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의료용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메디블록도 이날 자사 코인인 메드(MED)의 유통량 공시와 관련해 변경이 있을 때 수시로 공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몇몇 정보 플랫폼에서 유통량 미제공으로 표시된 것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가 제공되지 않아서일 뿐 큰 문제는 아니며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위 두 프로젝트 뿐 아니라 대다수 코인 프로젝트들의 코인 유통량을 포함한 주요 정보들은 코인 정보 사이트를 통해 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인마켓캡이 대표적이며 국내에는 쟁글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들은 정보의 제공에 주력하지 정보의 신뢰도 검증을 엄밀하게 하진 않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도 향상에는 기여하지 못합니다.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겠죠.
금융 시장에서 정보의 투명성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보의 신뢰도임을 감안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제3자 또는 공시 사업자가 자리를 잡는 것이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성 확보에 매우 중요합니다. 자율 규제든 관련 법령 마련이든 속히 마련되길 촉구합니다.
FTX 파산으로 야기된 문제점이 최근에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바로 NFT인데요. FTX에서 발행한 NFT가 최근 빈 이미지로 보이는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탈중앙화된 토큰이라면 발행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훼손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요.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대표적인 예가 코첼라 NFT입니다. 코첼라는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올해 초 FTX와 함께 평생 이용권 형태로 NFT를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FTX가 서비스를 멈추자 NFT도 덩달아 공백이 돼버린 것입니다. 현재 코첼라 NFT는 메타데이터의 훼손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같인 일이 발생한 것은 NFT 발행 자체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진행됐지만 이미지 정보 등 관련 메타데이터는 AWS 같은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로 보이는 NFT의 경우 이미지 파일 자체를 블록체인에 담기에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관련 정보만 토큰에 담기고 파일 자체는 다른 스토리지에 저장됩니다. 많은 경우 탈중앙화 스토리지에 보관되는데 몇몇 경우에는 블록체인이 아닌 클라우드에 저장되기도 한 것이죠. 이럴 경우 FTX 사태처럼 발행 주체가 사업 또는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저장된 데이터와의 연결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코첼라처럼 말이죠.
이는 FTX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사업 주체가 명확한 NFT라면 모르겠지만 커뮤니티 기반 NFT의 경우 커뮤니티가 문을 닫으면 발행된 NFT까지도 훼손될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가치 하락과는 별개로 말이죠. 코인도 그렇지만 NFT도 탈중앙화 노선을 따른다면 최대한 모든 것을 탈중앙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지 편의를 위해 탈중앙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요. 이 FTX의 NFT 백지 문제도 위믹스에 이은 또다른 중앙화의 폐혜 사례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