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은 가상자산 업계의 사법 리스크의 날이었습니다. 발행 시장에서는 위믹스의 거래지원종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유통 시장에서는 두나무 송치형 회장의 자전거래 혐의 2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유통 시장에서는 주체의 혐의가 무죄로 판결이 났지만 발행 시장에서는 발행의 주체인 위메이드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됨으로써 주체의 혐의가 사실상 인정된 결과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물론 아직 사법 절차가 더 남아 있어 확정된 결과는 아닙니다만 일련의 판결로 각 주체의 유불리는 훨씬 분명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법 리스크는 국내에 국한된 것이니 해소됐다고 해서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죠. 시장에 리스크가 해소되고 온기가 도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비트코인 자전 거래, 시세 조작 혐의에 따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등으로 기소돼 진해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2심은 지난 2020년 1월 열린 1심 재판 이후 2년 10개월만입니다. 송 회장은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를 한결 덜 수 있게 됐고 두나무와 업비트도 오너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사뭇 다릅니다. 1심 재판부는 자전 거래로 시세 조작이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그 이전에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문제삼았습니다. 위법한 절차를 통해 수집된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혐의에 대한 판단 이전에 증거 자체가 효력이 없어 유죄와 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럴 경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당연히 무죄로 판결됩니다.
이제 해당 사건이 3심으로 가서 대법원의 판결을 받을지는 검찰의 손에 달렸습니다. 검찰이 항소를 결정하면 대법원으로 가서 법률적인 측면에서 다시 판결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판단한 위법수집증거 여부가 올해 6월 나온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임을 고려하면 3심에서 판결이 뒤집히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2심으로 송 회장과 두나무의 사법, 오너 리스크가 대폭 경감됐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두나무는 이제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오너 리스크에서 벗어나 신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브와 공동 설립한 레벨스의 디지털 콜렉티브, 메타버스인 세컨블록, 업비트 NFT 마켓플레이스 등에서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됩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주길 바래봅니다.
위믹스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당했습니다. 법원은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DAXA)의 거래지원 종료 결정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 이날 위믹스의 가격은 하루 종일 큰 폭으로 출렁거렸습니다. 오후 한때에는 잠깐 1500원을 넘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위믹스 투자자들 사이에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것이란 기대가 컸던 게 아닌가 합니다. DAXA의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결정이 나면서 600원대로 떨어졌던 가격이 1000원 이상으로 상승한 것도 기대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와 별개로 관, 특히 금융 당국에서는 DAXA의 결정과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들이 꽤 등장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도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에 대해 DAXA가 금감원과 소통해 조치했다고 밝혔구요, 이전에도 위믹스의 유통량 불일치에 대해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DAXA에 힘을 실어준 바 있습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DAXA에 거래지원 종료 권한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단에 위메이드는 투트랙의 대응 방안을 모두 실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본안 소송을 계속 진행함으로써 거래지원 종료의 부당함을 인정받으려고 할 것이구요. 이와 별개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지원을 진행해 주요 거래를 해외로 옮기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 방안 모두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것은 분명합니다.
아직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코인 시장에서 진행되는 일은 코인에서의 논리와 절차에 따라야 하며 주식 시장에서 진행되는 일은 주식에서의 논리와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만약에 코인을 활용해 주식을 샀다면 그 주식회사는 해체해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되어야겠죠. 그래야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기반한 코인 사업에 부합하는 인수 형태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려면 코인은 증권이 되는 것이니 주식 시장의 논리에 따라 증권 판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구요. 이번 위믹스 사태를 국내 모든 코인 프로젝트들이 반면교사로 삼길 바랍니다. 코인은 증권이 아니고 증권도 코인이 아님을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