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미국 규제 당국의 가상자산 제재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지난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크라켄을 미등록 증권 제공 혐의로 제소한 데 이어 22일에는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등이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바이낸스에 무려 5조5천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바이낸스는 벌금 납부에 합의한 상태입니다.
두 제재 중 특히 바이낸스 사례가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아무리 전세계 1위 거래소라 하더라도 5조5천억원, 달러로는 43억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내고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나옵니다. 여기에 창업자이자 CEO인 자오창펑도 사임하고 재판을 앞두고 있어 우려는 더 높아집니다.
일단 벌금에 대해서는 바이낸스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특히 제재 이후에도 이른바 코인런이라고 불리는 사용자 자금 이탈이 비교적 적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벌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번 부과를 계기로 바이낸스의 최대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볼수 있다는 평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바이낸스의 거래 내역에 대한 미국의 감시 시스템 구축입니다. 앞으로 바이낸스는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의 규제 모니터링을 5년간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바이낸스 사용자와 거래 내역, 트랜잭션이 모두 포함됩니다. 즉 바이낸스의 일거수일투족을 미국 정부가 언제라도 들여다 볼 수 있고 규제 위반이 다시 발생하면 언제라도 제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테러 단체에 대한 자금 유출 등을 넘어 미국 정부에 의한 검열을 가능하게 하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의 테러 자금에의 유용을 막는 수준으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지분증명(PoS)을 도입한 이더리움의 검열 이슈, 그리고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의 시장 조작 우려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제도권 금융 내에 편입되기 위한 검열 수순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바이낸스가 제도권 금융 내에 편입되면 회사 자체는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마치 은행 실명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코인을 거래하는 방법을 획득해 전세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업비트, 그리고 다른 국내 실명계좌 확보 거래소들처럼 말이죠. 이렇게 되면 바이낸스는 전통 금융권과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기반을 다지게 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변화를 앞둔 바이낸스의 행보에 눈길이 쏠립니다.
최근 캐셔리스트, 코인빗 등 경영난이 심화된 가상자산 거래소가 연이어 폐업을 선언했습니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영업종료를 결정하더라도 사업자 지위가 유지되는 한 의무사항을 준수해야 합니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이용자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는데요. 금융당국은 해당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영업종료일로부터 최소 3개월 이상 전담창구를 마련해 적극 지원하고, 보존기각이 지난 개인정보를 파기해달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가상자산사업자는 폐업신고를 하고 난 후 FIU에 직권말소 심사를 받는것 외에 FIU에 알려야할 의무가 없습니다. 때문에 최근 폐업한 두 거래소 모두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아 이용자 보호를 충분히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상장사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자회사 갤럭시아메타버스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에서 GXA 토큰 약 3억8천만 개가 해킹 당했습니다. 해킹 소식이 알려지자 GXA 토큰은 가격 30% 하락했습니다. 사측은 문제 해결방안으로 시장에 풀려있는 토큰 중 1억개 바이백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또한 바이백 물량은 24년 말까지 시장에 유통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토큰가치 제고를 위해 토큰 발행량 중 10%인 10억개 소각하겠다 공지했구요. 유사한 문제 발생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수탁 기업인 비트고에 재단이 소유한 토큰 물량을 맡기겠다 발표했습니다.
한편, 이번 문제에서 갤럭시아 팀이 밝힌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간의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팀이 공지한 유통량은 약 25억 6천만 개이지만 실제 유통량은 30억 6천만개라 1억 2천만개 가량이 추가 유통된 것이 아니냐는 내용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상장사 233곳 중 절반 이상이 메타버스, NFT, 가상자산 등 7개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고 실제로는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일부의 경우 신사업 추진 발표 후 관련자가 전환사채 전환이나 주식 매도 등의 부정거래 한 혐의가 있는 기업도 있었는데요. 금감원은 일부 기업에서 불공정거래의 혐의를 발견했습니다. 금감원은 향후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증권 신고서 제출할 경우 과거에 발표한 신사업 진행 실적과 향후 계획 작성하게 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