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비껴나 있던 것들은 거시 경제 변수였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이렇게 가파르게 올릴지 예상하지 못했구요, 게다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이 등장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거시 경제의 큰 변화를 야기한 이 두 사건은 모두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 위기를 비판하면서 등장했기 때문이죠. 비트코인은 크게 당시 금융 기관들의 모럴 해저드와 중앙은행의 무소불위적 행보 두가지를 비판하면서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대안 화폐를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 두 경우가 모두 해당되는, 올 초 거시 경제의 변화는 비트코인의 대안 화폐, 즉 대안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끌어올려주는 논리적 서사 구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같은 대안 가치의 수용이 주류 금융권에서도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전세계 상위 자산운용사인 번스타인에서는 은행의 미래에는 은행이 없고 최근 은행 파산과 같은 위기가 한번 더 발생한다면 금융이 급속도로 비트코인화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테슬라 투자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창업자도 최근 비트코인이 금융위기에 대한 일종의 보험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대안 논리에도 불구하고 현재 코인 시장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유동성입니다. 유동성 감소는 작년 11월 FTX 파산 때부터 지적됐던 것인데요. 당시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의 파산으로 한때 전체 유동성의 50%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소실된 유동성은 바이낸스 등을 통해 일부 회복되기도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은행 파산이 다시 코인 시장의 유동성을 경색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뱅크는 각각 코인 달러 결제망인 SEN과 시그넷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은행의 파산과 함께 결제망들도 운영이 중단되면서 미국 내 코인 달러 유동성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또 변수가 존재합니다. 바로 홍콩입니다. 작년 말부터 코인 시장에 대한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던 홍콩 금융 당국이 오는 6월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코인 매매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인 시장에서 말라버린 달러 돈줄 대신 위안화가 새롭게 유입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대안 논리는 3만달러 회복의 가장 큰 동력이 됐습니다. 이제 앞으로의 비트코인의 추이는 과연 유동성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특히 여기에는 중국의 코인 행보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유념해서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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