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래소들도 크라켄과 유사한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특히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모두 예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중 고팍스는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가 연계된 제네시스의 지급 불능으로 상환이 계속해서 지연된 바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낸스가 산업지원기금(IRI)을 들여 유동성을 공급했죠.
국내 거래소들의 예치 서비스에도 판단 기준은 동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개자가 존재하느냐, 투자자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느냐, 예치 서비스의 위탁사가 있고 이들이 중앙화된 형태로 운영을 하느냐 등입니다. 해당 서비스 이용시 코인이 각 거래소의 계좌로 취합돼 예치가 된다면 크라켄의 경우에 가까울 것이며 그렇지 않고 거래소는 사용자 접점(UI)만 제공하고 스마트컨트랙트에 의한 예치가 바로 진행된다면 코인베이스의 경우에 가까울 것입니다. 제네시스에 예치를 위탁했던 고팍스의 고파이는 크라켄의 경우와 거의 일치합니다. 반면 코스모스, 폴카닷과 같이 프로토콜 자체적으로 일임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의 예치는 코인베이스와 좀 더 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거래소가 금융 당국의 규제 대상인지부터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트래블룰과 관련된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해야 하는 의무만 있을 뿐 다른 금융 제도권 내로 편입돼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련 내용은 금융 당국의 해석에 따른 지도 행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과는 상황이 좀 다르죠.
이런 점을 감안해보면 미국의 이번 제재 조치는 오히려 규제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중개자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중앙화된 운용 주체가 있다면 무조건 금융 규제를 준수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죠.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이번 규제 리스크가 시장의 펀더멘털을 악화시킨 것이라기보다는 투자심리를 하락시킨 것이라고 보는 근거도 이와 같습니다. 중개자, 즉 거래소들만 이번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이지 디파이나 코인 자체가 규제를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들만 해당 서비스를 보다 잘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단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 관련 예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예치로 묶여있던 코인들이 시중에 풀릴 가능성은 있습니다. 단기 매물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가격 하락의 압박을 받겠죠. 제재 발표 이후 코인 가격의 하락도 이같은 이유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당분간은 가격 흐름을 잘 지켜보는 것도 투자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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